중국의 서남부 지역인 광서, 귀주, 운남성은 중국에서도 가장 다채로운 민족이 모여 사는 산악지대이다. 광서장족자치구를 본거지로 하는 장족 사람들은 둘씩 또는 대여섯 명씩 짝을 지어 산가(山歌)를 많이 부른다. 산가의 내용은 남녀간의 사랑 노래가 주를 이루지만, 때로는 장대한 설화를 노래하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즉흥적으로 노래를 지어 부르는 놀라운 모습도 볼 수 있다.
여인들의 머리 모양이 특이한 묘족은 광서성과 귀주성을 비롯한 중국 서남지역 여기저기에 흩어져 산다. 이들은 하나의 음을 한없이 끌어내리는 독특한 창법으로, 새가 날아가는 듯한 느낌의 비가(飛歌)나 주가(酒歌) 등을 부른다. 남자들의 루셩 연주도 들을 만하다.
귀주성에 많이 사는 동족은 중국에서도 가장 노래를 잘하는 민족으로 꼽힌다. 이들은 마을마다 성별, 연령대별로 수십 명씩의 소리패를 만들어 대가(大歌)라는 다성부의 노래를 부른다. 동족 마을을 상징하는 고루와 동족의 대가는 이미 유명해져서 관광 상품으로 활용되는 단계에 와 있다.
운남성에는 많은 민족이 살고 있지만, 그 중에서 노래 잘하기로는 이족을 꼽아야 한다. 이족 여인들은 남자 악사의 월금 연주에 맞추어 매우 높은 목소리로 여러 가지 노래를 부른다. 이족은 여름 횃불축제에서 다양한 군무와 노래잔치를 벌이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중국 서남부의 민속음악
1장족 산가(山歌) 1
산가는 ‘산에서 부르는 노래’라는 뜻으로, 중국 서남부 사람들이 흔히 부르는 노래다. 산에서 일하면서, 일하다가 쉬면서 부른다. 노랫말은 주로 남녀간의 사랑에 관한 것이다.
2장족 산가(山歌) 2
이 노래는 창법도 특이하지만 노랫말도 즉흥적으로 지어 부르는 것으로 주목할 만하다. 노랫말 내용은 이렇다. “오늘은 바람이 어디서 불었나, 귀인이 온 것을 보니 좋은 꿈을 꾸었도다. 산가를 많이 불러봤지만, 오늘 같은 일은 처음이다. 외국인 앞에서 노래를 하니, 산가가 세계만방에 퍼지겠구나.”
3동족 손님환영곡
동족은 축제 기간에 많은 노래를 부른다. 십여 명의 여성이 마을을 찾아오는 손님들 마을 입구에서 맞이하면서 부르는 손님 환영곡이다. 이 노래가 끝나면 손님들에게 술을 한 잔씩 따라준다.
4동족 대가(大歌)
동족은 중국의 수십개 소수민족 가운데서도 노래를 가장 잘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 예가 바로 이 노래와 같은 다성부의 노래다. 이 노래는 어린 소녀들이 불렀다.
5동족 동요
예쁘장하게 전통복장을 차려입은 동족 여자아이들 셋이 부른 동요. 동족 아이들은 노래를 불러보라는 어른들 주문에 주저함이 없다.
6묘족 비가(飛歌)
비가(飛歌)는 새처럼 날아가는 느낌의 노래라는 뜻이다. 실제로 창법이 그런 느낌을 준다. 이런 창법은 묘족 노래의 가장 큰 특징이다.
7묘족 루셩 연주
굵고 가는 대나무를 묶어 만든 루셩이라는 악기는 중국 서남부의 소수민족 사이에 널리 통용되는 악기다. 세 가지 크기의 루셩으로 묘한 화음을 낸다. 간단한 스텝을 밟으면서 연주한다.
8이족 피리 연주
이족 사람들이 양떼를 몰고 가면서 분다는 피리 연주곡. 우리의 산조가락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느낌의 연주곡이다.
9이족 축제노래
여름에 벌어지는 훠바제(햇불제)라는 축제 현장이다. 밤에 수많은 청춘남녀가 나와 마당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원을 그리며 밤이 이슥해질 때가지 춤추고 노래한다.
10이족 월금 연주
월금은 공명통이 둥근 보름달 모양으로 생긴 세 줄짜리 현악기이다. 악기는 단순하지만 연주 기법은 결코 단순치 않다. 월금은 노래와 춤에 사용되는 이족의 대표적인 악기이다.
11이족 해채강(海菜腔)
특정 지역의 이족 여성들은 한없이 높은 목청으로 아름다운 사랑의 노래를 부른다. 노래 제목의 ‘해채’는 지명이며, 강(腔)은 ‘곡조’라는 뜻이다.
히말라야의 메아리, 라다크의 민속음악
라다크는 인도 서북부 잠무-카시미르 주에 속한 히말라야의 고산지대로, 요즘엔 도로를 개설하느라 매우 분주하지만, 아직까지 세계 최고의 오지로 꼽히는 곳이다. 라다크는 역사, 인종, 종교, 문화의 모든 면에서 인도와 매우 달라, 자신들을 절대로 인도 사람이라 하지 않는다.
라다크 사람들은 높은 산의 만년설이 녹아 흘러내리는 물로 밀농사를 짓고 풀밭에서 가축을 기르며 한없이 소박한 생활을 이어간다. 라다크 사람들은 들판에서 일을 하면서 옛날 우리네처럼 노래를 한다. 가을이면 풀밭에서 풀을 베면서 흥얼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밀밭에서는 밀을 수확하면서 부르는 몇 가지 노래와 밭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유목지역에는 가축 부르는 소리나 우유를 가공하면서 부르는 노래가 있다. 라다크는 이번 아시아 소리여행에서 가장 많은 노동요를 들을 수 있었던 곳이다.
라다크 사람들의 종교는 티벳에서 전래된 라마불교가 대부분이다. 라다크 사람들은 불심이 매우 강해서, 곳곳에 세워진 사원과 돌탑에서처럼 그들의 노래에서도 넘치는 불심을 발견할 수 있다. 라다크 사람들이 일하면서 부르는 노래 속에서도 부처님이나 이름 높은 승려를 찬양하는 내용을 흔히 들을 수 있다. 한편, 라다크의 남쪽 산악지대인 잔스카르 계곡의 중간에는 이슬람교를 믿는 지역이 꽤 넓게 퍼져 있는데, 이런 지역의 마을에서는 거의 노래를 찾아듣기 어렵다.
라다크의 민속음악
12말방울소리
말 목에 걸어준 작은 종들이 말이 먹이를 먹느라 머리를 움직이면서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내고 있다. 라다크에는 아직 차가 들어가지 못하여 교통·수송 수단으로 말을 이용하는 마을이 많다.
13풀베는소리 1
가을이면 겨우내 가축 먹일 풀을 베어내느라 바쁘다. 우리네처럼 이들도 품앗이를 해서 풀을 벤다. 이 노래는 반드시 풀을 베면서 부르는 노래는 아니다.
14풀베는소리 2
이 노래는 풀이나 밀을 베어낼 때 주로 부르는 노동요이다. 노랫말에는 일꾼들을 격려하는 내용, 죽어가는 풀을 애도하는 내용, 그밖에 지루함을 달랠 수 있는 우스개소리 등이 들어간다.
15밭 가는소리
밀을 수확하고 나면 바로 밭갈이를 한다. 소와 야크의 잡종인 조라는 동물 두 마리에 쟁기를 달아 밭을 간다. 앞에서 아내가 동물을 이끌고 남편이 뒤에서 쟁기를 잡는다.
16우유 젓는소리
고산지대에 농경이 불리한 곳에서는 초원에 가축을 놓아 유목을 한다. 나무통에 우유를 넣고 두 사람이 전통적인 장치를 돌려 고속으로 우유를 저으며 노래로 1부터 200까지 숫자를 센다. 버터를 만드는 과정이다.
17밀 밟는소리
인더스강 유역의 농촌에서 밀 수확하는 현장을 만났다. 둥근 마당에 밀짚을 두껍게 깔아 놀고 가운데 말뚝에 대여섯 마리의 말이나 조를 매달아 빙빙 돌게 하여 밀짚을 밟아 부순다. 그래서 ‘밀 밟는소리’라 제목을 붙였는데, 다른 말로 하면 ‘마당질소리’다.
18밀 드리는소리
밟아 부순 밀짚더미를 삼지창으로 공중에 떠올려 던지면 바람의 힘으로 지푸라기는 날아가고 낟알은 바로 떨어진다. 이런 일을 일러 우리말로 ‘드린다’고 한다. 휘파람을 부는 것은 바람이 잘 불게 하기 위한 것이다.
19가래질 소리
라다크에는 대대적인 도로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공사판에는 인근 마을의 주민들이 나와 품을 판다. 그 와중에 삽질을 하면서 노래를 한다. 우리 기준으로 보면 가래질소리가 된다.
20밀 베는소리
관광지로 잘 알려진 누브라 계곡에서도 밀 수확이 한창이었다. 남녀가 어울려 낫질을 하면 여러 가지 노래를 불렀다.
초원에 부는 바람, 몽골의 민속음악
몽골 사람들은 인종적으로 우리와 비슷하지만 역사와 환경이 다른 탓에 몽골의 민속음악은 우리와 전혀 다르다. 뜻밖에도 몽골에는 민요의 종류가 별로 없다. 유목민들은 결혼식 등의 행사가 아니면 여럿이 모일 기회가 없기 때문에 노래가 다양하게 발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몽골 사람들이 결혼식 등에서 부르는 거의 유일한 노래가 ‘긴 노래’라는 뜻의 ‘오르팅 도’이다. 오르팅 도의 노랫말은 넓은 초원과 푸른 하늘, 높은 산, 초원에 뛰노는 말, 그리고 떠나온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하다.
몽골에는 민요가 적은 대신 가축 부르는 소리, 가축 달래는 소리, 가축 모는 소리가 있어 재미가 있다. 이런 소리는 민요가 되기 전의 소리로서, 인간과 가축이 어울려 평화롭게 살아가는 몽골의 대초원을 상징하는 소리라 해도 좋을 것이다.
몽골에는 초원에 부는 바람을 연상케 하는 소리가 많다. 이중발성법으로 입 속에서 휘파람소리를 내는 ‘허미’도 그렇고, 일부러 바람소리가 나게 부는 ‘초르’라는 피리 소리도 그렇다. ㅤ훕스굴 호숫가에서 순록을 키우는 짜아튼족의 ‘호르’라는 악기에서도 바람소리가 난다.
몽골 음악 중에는 서사시라는 장르가 있다. 단조로운 두 줄 악기 반주에 맞춰 부르는 서사시의 주제는 위대한 자연에 대한 찬양이다.
몽골의 민속음악
21가축 부르는 소리
드넓은 초원에서 여러 종류의 가축을 불러 모으기 위해 가축마다 나름대로 구별되는 소리가 있다. 염소 부르는 소리, 양 부르는 소리, 낙타 부르는 소리 순서로 배열했다.
22가축 달래는 소리
사람이 가축을 달래는 것은 어미가 새끼한테 젖을 주지 않을 때이다. 워낙 많은 숫자가 어울리다 보니 새끼를 못 알아보는 일이 생긴다. 사람이 이런 소리를 해주면 이내 어미가 새끼에게 젖을 물린다고 하니 신기하다. 양 달래는 소리, 염소 달래는 소리, 소 달래는 소리의 순서.
23허미
몽골의 유명한 허미이치(허미를 부르는 사람)인 다와자브의 허미이다. ‘허미’는 저음 목소리에 묻어나오는 배음을 입안에서 공명시켜 휘파람과 비슷한 소리를 내는 것이다. 허미는 몽골을 상징하는 소리로 자리 잡고 있다.
24자장가
몽골의 거의 유일한 노동요는 아이 재우는 소리, 곧 자장가이다. 그나마 매우 단순하여 노래라고하기에 뭐하다.
25초르 연주
몽골 특유의 피리인 ‘초르’라는 악기 연주곡. 아무 것도 없는 대롱 모양의 피리 구멍을 입으로 반쯤 막고 목소리를 내는 동시에 피리에 입김을 불어넣는다. 연주자는 돌아가신 할아버지로부터 초르 연주를 조금 배웠다는 15세의 소년이다.
26서사시
몽골에는 아직 서사시라는 음악 장르가 남아있다. 몽골의 몇 안되는 서사시 가수의 하나인 엥흐발상이라는 분은 보통 아주 낮은 음으로 노래하는 다른 서사시 가수들과 달리 여성적인 가는 목소리로 노래한다. 서부 몽골의 장대한 산줄기인 알타이산맥을 찬양하고 있다.
27호르 연주
입을 반쯤 벌리고 금속조각을 대고 튕겨 소리를 내는 ‘호르’라는 악기를 ㅤ훕스골 호숫가와 산악지대에서 순록을 키우고 사는 짜아튼족의 한 남자가 연주했다. 일부러 바람소리를 섞어 넣는 것을 알 수 있다.
28오르팅 도
몽골의 결혼식은 유목민들이 모처럼 모여 밤새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이다. 이 때 많이 부르는 ‘오르팅 도’라는 노래. 긴 노래라는 뜻이다.
29말타는소리-깅고
몽골 최대의 축제인 나담 축제에 나가기 위해 말타기 훈련을 하던 아이들이 말을 타고 빙빙 돌며 하는 ‘깅고’ 소리. 말을 달리기 전에 이런 소리를 하면서 기세를 돋우고, 말을 달리면서도 소리를 한다.
실크로드의 길목, 우즈베키스탄의 민속음악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은 사막 또는 초원지대로서 사람들은 주로 유목을 하지만, 드문드문 발달한 오아시스 지역에는 정착 농경생활을 하기도 한다. 우즈벡은 실크로드의 중요한 길목으로서 예로부터 동서의 문물이 교차하던 곳이다. 우즈벡에는 카자흐나 타지크 사람들이 곳곳에 집단을 이루어 살고 있고, 국경에서는 주변 나라의 상인이나 유목민들이 자연스레 넘나든다.
우즈벡 사람들은 춤과 노래를 매우 즐긴다. 우즈벡에는 오래 전부터 ‘앙상블’이라고 하는 지역단위의 민간 공연단체가 조직돼 있어, 모든 축제나 행사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이들은 전래되어 오던 민요와 악기연주를 조합하고 각색하여 춤과 노래와 퍼포먼스가 어우러진 공연을 벌인다. 우즈벡 동남부의 보이순에서는 전국의 앙상블이 참가하는 보이순 축제가 해마다 열리고 있다.
우즈벡에서 때묻지 않은 민요를 찾으려면 당나귀라도 타고 산간 오지마을로 들어가야 한다. 이런 산골에서는 그림같은 풍경과 푸근한 인심을 만날 수 있고, 소박한 노래를 덤으로 들을 수 있다. 우즈벡의 보이순 지역은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멋진 산악지역이다.
우즈벡 민요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아이들 노래가 많다는 것이다. 우즈벡의 아이들은 지금도 우리가 옛날에 불렀던 것만큼이나 많은 종류의 동요를 부르고 논다. 우즈벡에서는 또한, 직업적 소리꾼인 ‘박쉬’가 부르는 장대한 영웅서사시를 들을 수 있다.
우즈베키스탄의 민속음악
30사랑의 노래
나망간주 봅 지역에는 연주자들을 포함해서 30명이 넘는 합창단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사회주의 시절에는 공연에 동원되는 대가로 약간의 월급을 받았지만, 지금은 월급이 없어져 스스로 생계를 꾸리면서 필요할 때마다 공연을 한다. 노래 내용은 남녀간의 사랑의 노래다.
31돌잔치 노래
우즈벡에서는 아이 돌잔치를 크게 한다. 친척들이 모두 모여 엄마와 아기에게 축복을 해주는 내용이다.
32동요-손뼉치기노래
아이들이 마당에서 손뼉을 마주치면서 부른 노래. 우즈벡 아이들은 다양한 놀이를 하며 노래를 부른다.
33자장가
우즈벡 사람들은 아이를 천으로 꽁꽁 감싼 다음 요람에 눕히고 흔들며 자장가를 불러 아이를 재운다. 매우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노래이다.
34젖 짜는소리
목민들이 부르는 거의 유일한 목축노동요인 젖짜는 소리이다. 염소나 양이나 소의 젖을 짜면서, 젖이 분수처럼 잘 나오기를 바라는 내용이다.
35갈대피리 ‘스브즈가’ 연주
보이순의 산간마을인 우샤르마을에서 소박하게 살고 있는 유목민들을 만날 수 있었다. 양치기가 양떼를 몰면서 분다는 갈대피리 ‘스브즈가’ 연주곡이다.
36라임로라레
우샤르마을은 엄격한 이슬람 마을이어서 여학생들이 이방인 앞에서 노래할 수 없지만, 멀리서 찾아온 손님(취재진)을 위해서 특별히 노래를 불러주었다. 봄날의 아름다운 마을 전경을 노래하고 있다.
37서사시-알파무쉬 찬양가
서사시를 부르는 사람은 ‘박쉬’라는 명칭을 가진 직업적 소리꾼이다. 현존하는 우즈벡 최고의 박쉬라는 ‘몰따이르’가 우즈벡의 신화적 영웅인 ‘알파무쉬’를 찬양하는 노래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