먀오족은 동고라고 불리는 징을 신성하게 여긴다. 징의 앞면에는 먀오족의 상지인 태양의 문양이 새겨져 있는데, 한 사람이 징을 치면 다른 한 사람이 나무통으로 징 뒤를 막았다 열었다 하면서 소리를 조절한다.
먀오족은 춤으로 이름난 민족이다. 특히 동고에 맞추어 추는 여인들의 춤이 유명하다. 남자들은 대나무로 만든 루셩이라는 악기를 불고, 여자들은 이 음악에 맞춰 겹겹이 원을 그리며 춤을 춘다.
루셩은 중국 서남 지방에 사는 먀오족, 야오족, 동족, 장족 등이 즐겨 쓰는 악기이다. 옛날에는 남자들만 연주했고, 추수가 끝난 다음에야 볼 수 있었다. 거기에는 까닭이 있다. 벼가 논에서 자라고 있는 중인데, 만일에 루셩을 불게 되면, 쌀의 영혼이 벼 심어 놓은 논을 떠나, 청년들의 루셩 소리에 맞춰 춤을 추느라 정신이 없게 된다. 그러므로 벼가 잘 자라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루셩을 불면 쌀의 영혼을 슬프게 하여 성장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도 있다.
사람들 의식 속에 쌀의 영혼은 묘족 아가씨이다. 그러니 늘 묘족의 총각들과 함께 노래하고 춤춘다고 여겨왔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의식이 변해서 언제든지 루셩을 불고 춤을 춘다. 심지어는 여자들까지도 즐겨 루셩을 분다.
중국 먀오족
Festival of the Hua Miao, Guizhou Province, China. 1997
Festival of the Hua Miao, Guizhou Province, China. 1997
Tonggu, Guizhou Province, China. 1990
Festival of the Qing Miao, Guizhou Province, China. 1990
Hua Miao Village, Guizhou Province, China. 1990
버마, 타이, 라오스로 이어지는 산악 지대는 골든트라이앵글로 알려진 마약의 삼각지대이다. 하지만 다양한 민족들이 제각기의 고유한 문화를 지니고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아카족은 설날 저녁부터 시작, 밤새 춤을 추며 지신밟기를 한다. 이른바 ‘브어청 뚜어’이다. ‘대나무 악기로 땅을 친다’는 뜻의 이 지신밟기는 이틀 동안 계속된다. 젊은 남녀들이 악기를 빌려준 사람의 집을 비롯해, 원하는 사람들의 집을 돌아다니며 춤을 춘다. 마당과 마루를 돌아다니며 통대나무로 바닥을 쳐서 꽝꽝 울려준다.
이들이 연주하는 악기는 북, 작은 제금, 작은 징 등인데, 특이한 것이 바로 이 브어청이다. 브어청은 지름 15센티미터에 길이 1미터 정도의 마디를 뚫은 통대나무로, 여럿이 함께 이것을 치면 그 소리가 웅장하고 박력이 있어서, 군무에 아주 알맞은 악기이다.
타이 골든 트라이앵글
Bor-chong used in festivities, Northern Thailand. 1993
Festival of the Akha, Northern Thailand. 1993
Lisu tribal village, Northern Thailand. 1990
Karen tribeswoman, Northern Thailand. 1990
Festival of the Thai, Chiang Rai, Thailand. 1991
슬라웨시 섬의 또라지족 상가에서는 전통적인 춤과 음악으로 손님들을 맞아들인다. 마치 원숭이 소리 같은 기괴한 소리를 지르며 추는 전사의 춤은 아주 특이하다. 이 기간 동안 매일 밤낮으로 춤과 노래와 기도가 계속되는데, 뽐빵이라는 대나무 악기 연주가 특이하다. 춤은 단조로운 편이나 엄숙했다. 죽은 자를 찬미하는 바동이라는 노래를 부른다.
숨바 섬의 축제는 창으로 싸우는 전투 의례이다. 이들은 안전을 기원하는 춤판을 벌인다. 젊은이들이 치는 징과 북 소리에 맞추어 여자들이 손에 검을 세워 들고는 춤을 춘다. 적의 머리를 잘라 묻어둔, 해골이 묻힌 바위를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나이 많은 부인이 앞서고 뒤에는 소녀들이 따라서 춤을 춘다. 이 춤을 몇 번 반복해서 추고는 남자들의 춤이 시작된다. 긴 창과 방패를 든 전사들의 춤이다. 이들은 새벽까지 춤을 추며, 조상들로부터 용기와 힘을 받아들이고, 빠솔라 축제에서 사고가 나지 않도록 기원한다.
수마트라 섬의 바탁족은 사람이 죽으면 전통적 음악인 곤당을 연주하고, 전통적 춤인 마놀톨을 춤춘다. 문상객들이 오자 이 집안의 사람들은 춤을 추며 마중을 나가고, 문상객들 또한 춤을 추며 들어온다. 문상객들은 두 손으로 유가족들의 얼굴이나 목을 감싸고, 머리나 양 볼을 만지며 애도의 뜻을 표하고, 부조로 머리에 이고 온 벼를 전달한다.
인도네시아
Toraja people playing pompang, Sulawesi, Indonesia. 1990
Samosir Batak people, Sumatra, Indonesia. 1990
Beach on Nias Island, Nias, Indonesia. 1994
Sumba festival, Sumba, Indonesia. 1996
발리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사람들은 독특하고 현란한 가믈란 음악 소리를 듣게 된다. 전통 음악을 연주하는 가믈란 연주 팀은 마을마다 한둘씩 있고, 이들은 돈을 받고 개인집은 물론 문중이나 사원의 의례에 참석하여 연주를 한다. 큰 행사의 경우에는 여러 팀이 함께 연주하기도 한다.
가믈란은 악기를 일컫기도 하고 팀의 이름을 뜻하기도 하는데, 청동 타악기를 중심으로 현악기, 목관악기, 북 등으로 구성된다. 보통 25명에서 50명 정도의 연주자들로 이루어지며, 지역에 따라 대나무로 만든 가믈란을 사용하는 마을도 있다. 가믈란은 실로폰 모양의 악기 강사, 징 모양의 악기 공 등, 다양한 악기로 오케스트라처럼 편성되어 있다.
쟁쟁은 악기가 내는 의성어를 가지고 이름 붙인 악기이다. 나무로 조각한, 이 세상을 받치고 있다는 신화 속 거북이의 등 위에 다섯 개의 조그마한 바라 모양의 악기를 올려놓고, 악사들이 두 손에 다른 짝의 바라를 들고 쟁쟁 소리가 나도록 치는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발리
Ceng-ceng, Bali, Indonesia. 1996
Transportation of offerings for Odalan, Bali, Indonesia. 1990
Balinese masks, Bali, Indonesia. 1990
Gamelan, Bali, Indonesia. 1990
Warriors’ dance, Bali, Indonesia. 1990
미얀마 사람들은 집 근처 길가나 공터에 금박지, 은박지로 화려하게 장식한 궁궐 모양의 가건물을 지어서 각종 의례를 치른다. 미얀마의 오케스트라라고 할 수 있는 사잉 악단과 전문적이 사회자와 만담가 등을 초청하여 의식을 치른다.
18세기 버마의 왕 신뷰신은 샴 왕국을 침공해서 샴의 많은 악사, 춤꾼, 작곡가, 장인 등을 버마로 끌고 왔다. 버마의 문화와 음악은 이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버마의 오케스트라 사잉은 북을 매단 원통, 공(징과 흡사하다)을 매단 원통, 대나무 딱딱이, 피리, 바라 등 많은 종류의 악기로 편성되어 있다. 북을 매단 큰 원통 속에는 21개의 북이, 작은 원통 안에는 9개의 북이 크기 순으로 매달려 있다. 공 원통 안에는 19개의 공이 매달려 있다. 또한 원통 속의 북 이외에도 큰 북들이 따로 있다.
미얀마에도 많은 종류의 북이 있어 행사의 성격에 따라 다르게 등장한다. 항아리 모양의 북 오지와 양면 북 도밧은 마을 축제 때 사용하고, 큰 북 본지는 논을 갈 때나 추수 감사제를 지낼 때 사용한다. 익힌 쌀가루와 나무 재를 반죽하여 북의 가운데에 붙여 톤을 조절한다.
미얀마
Hsaing-waing ensemble, Mandalay, Myanmar. 1993
Large ritual, Mandalay, Myanmar. 1994
Inta fishermen, Inle Lake, Myanmar. 1993
동족은 예로부터 ‘노래와 건축’의 민족으로 알려져 있다. 동족마을에 들어서면, 우선 마을 한 가운데 북을 보관하고 있는 고루를 볼 수 있다. 목조이긴 하지만 마치 절에 있는 탑과 비슷하게 보인다. 높은 전각의 겹처마 지붕이 여러 층으로 올라가 있는 이 건물은 씨족의 상징이다. 가령 한 마을에 씨족이 둘이면 두 개의 고루가, 다섯이면 다섯 개의 고루가 세워진다. 평소에는 젊은 남녀들이 이곳에 모여 노래로 사랑을 속삭인다.
동족은 음력설인 춘절기간 동안 차이끄어탕 축제를 열고, 샤쉐이(利社)를 위한 조모제(祖母祭)와, 젊은이들이 연인을 찾는 노래와 춤판을 벌인다.
소녀들은 색동이 화려한 윗옷과 검정색 주름치마, 붉은 색과 녹색의 수술 끈이 달린 각반을 차고, 코가 뾰쪽한 가죽신에 수놓은 당혜를 신는다. 그리고 은으로 만든 작은 새와 나비, 꽃 모양의 떨잠으로 머리를 장식하고 춤을 춘다. 소녀들의 뒤에 ‘루셩’이라 부르는 생황대가 따르며 연주를 한다.
루셩은 대나무 마디와 길이로 그 음을 달리하는데, 세로로 세운 몇 개의 관과 가로지른 한 개의 관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옆에 공명관이 붙어 있는데, 긴 것은 대나무의 길이가 무려 5미터가 넘는다.
보통 6개의 관이 흔하며, 1개에서부터 2개, 5개, 6개, 8개, 10개의 관으로 이루어진 크고 작은 것들이 다양한데, 독주와 합주 악기, 또 무용 반주 악기로 널리 사용하고 있다. 동족의 마을에는 대개 루셩 악대가 조직되어 있으며, 마을의 굿이나 여러 가지 행사에서 루셩 대회가 벌어지기도 한다.
중국 동족
Kam (Dong) youth playing lusheng, Guizhou Province, China. 1997
Girls singing in front of straw rope charm, Guizhou Province, China. 1997
Kam (Dong) tribal village, Guizhou Province, China. 1997
스리랑카는 언어, 종교, 역사가 다른 민족들로 구성되어 있다. 1500만 명 인구 가운데 1100만 명이 신할라족이다. ‘신하’는 사자, ‘라’는 피라는 뜻이다. 그래서 신할라는 사자의 후예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이 신할라 사람들은 종교적인 의례와 축제를 즐긴다.
그 중에서도 페라헤라라는 축제가 가장 성대하다. 페라헤라는 행진이란 의미인데, 마을마다 있는 사원을 중심으로 거행된다. 특히 유명한 것이 캔디 페라헤라이다. 캔디는 옛 왕조의 수도였으며 전통 문화의 중심지이다. 지금도 스리랑카의 전통적인 음악, 무용, 예술의 중심지이다. 캔디의 음악과 춤이 페라헤라 축제의 중심이라면, 저지대 해안가 지역의 춤과 음악은 굿 음악 중심이다. 이들 두 지역 음악은 모두 북을 가장 중요시 한다.
굿판의 축제에서 그들은 신을 부르는 소리로부터 시작한다. “내려와서 우리와 함께 지내시길 기원합니다. 음악, 춤, 제물을 받아 즐기시고, 건강과 풍요를 주십시오.” 축복을 비는 음악 ‘마굴 베라’로 의례를 시작한다. 북 잡이들이 격렬하고 힘차게 북을 친다. 대지를 울리는 북소리는 신들을 부르고, 마을 사람들은 북소리에 취해서 밤을 새운다.
스리랑카
Harvest festival, Ihala Aturaliya, Sri Lanka, 1994
Fishermen on poles, Weligama, Sri Lanka, 1994
Beach, Hikkaduwa, Sri Lanka, 1994
레이크 시부는 필리핀 민다나오 섬 티볼리 민족들이 사는 중심지이자 높은 산악지대에 있는 호수이다. 이곳의 티볼리 사람들은 다양한 춤과 음악으로 축제를 지낸다. 이들에게는 독특한 악기가 있다. 굵은 대나무의 마디와 마디 사이의 껍질 여섯 개를 떼어 현으로 이용한 ‘술루타이’라는 통 대나무 악기이다. 양 마디 부분은 붙도록 하고 가운데 부분만 가느다랗게 분리시켜 뜯으며 연주한다. 이 ‘술루타이’는 루손 섬 부칼로트족에게도 있는데, 이것은 ‘셈비말로’라고 한다. 그런데 부칼로트 사람들은 셈비말로를 연주할 때 옆에서 또 한 사람이 가느다란 대나무 채로 현을 두드리며 연주한다. 이들은 셈비말로를 현악기와 타악기로 동시에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필리핀의 민다나오 섬의 8~9월은 각종 과일이 풍성하고, 열대 우림의 화려한 난초들이 만개하는 시기여서, 가장 풍요롭고 화려하다. 까다야완 축제는 5일간 진행되는데, 전통 음악과 춤을 바탕으로 거리에서 추는 춤이 가장 중요한데 브라질의 삼바 춤을 연상케 한다.
기타를 닮은 악기 구굴룽, 통나무를 이용해서 만든 긴 북 쌀루라이 등 다양한 악기의 리듬에 젊은 여인들, 나이 많은 여인들, 전통의상의 부족들, 배꼽이 드러난 옷을 입은 소녀들이 다양한 춤을 추며 시내를 돌아다닌다.
필리핀
Bamboo instrument s’ludoy, Lake Sebu, Mindanao Island, Philippines. 1996
Ifugao tribe, Banaue, Luzon Island, Philippines. 1991
Fishing boat with triangular sails, Mindoro Island, Philippines. 1991
라다크 사원 의례는 3미터 정도의 긴 나발 소리로 시작된다. 지축을 울리는 장엄한 소리를 내는 나발은 마치 망원경처럼 길이를 늘이고 줄일 수 있다. 크고 작은 나발 이외에도 북과 징, 피리, 요령 등이 의례에 등장한다.
히말라야 산맥 너머에 있는 라다크 지방의 사람들은 라마교라 부르는 티베트 불교를 믿고 있다. 이들 불교의 사원인 곰빠에서는 탈춤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밀교 의례인 챰이 1년에 한 번씩 거행되고 있다. 대부분 혹독하게 추운 겨울에 이 의례를 거행하고 있는 반면, 헤미스 곰빠 등 몇몇 사원은 따뜻한 여름철에 하고 있어 이 곳이 외부 세계에 많이 알려져 있다. 특히 티베트 달력으로 12년마다 원숭이해 여섯 번째 달에 하는 대제(大祭)인 체쭈는 더욱 유명하다.
겨울이면 영하 삼사십 도의 혹독한 추위와 눈으로 외부와는 일체 교통이 끊어진다. 이때는 오직 소형 항공기만이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여름에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고 겨울에는 눈이 내려 땅을 적시지만, 그렇다고 강설량이 많은 편이 결코 아니다. 이 겨울에 라다크 사람들은 마을 단위로 로사르를 지낸다.
로사르는 두 가지 뜻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새해이고, 다른 하나는 악귀들을 쫓아내고 새해를 축복하는 마을 굿이다. 그러므로 라다크의 로사르는 새해에 마을마다 복을 빌어주고, 악의 상징인 스톨마를 만들어 마을 밖으로 내다버림으로써, 악귀를 쫓고 새해를 맞이하는 마을 굿이 된다. 로사르는 라마죠기로 정해진 사람들이 강가에서 목욕을 하고 그 특유의 의상을 입는 일로 시작되었다. 염소 뿔을 들고 야크의 꼬리털로 만든 가발을 쓰며, 얼굴에는 하얀 미숫가루를 뒤집어쓰는 분장을 하는데, 이 역할은 마을 사람들이 해마다 돌아가면서 맡는다. 젊은이들은 노인들에게 노래와 춤과 함께 이 의식을 배운다.
인도 라다크
Horns of Spituk Gompa, Ladakh, India. 1992
Cham dance at Lamayuru Gompa, Ladakh, India. 1992
Zoji Pass, Ladakh, India. 1992
“방울은 흔들고 북을 쳐라/눈 보다 위쪽으로 방울을 흔들어라/흔들흔들 흔들어/눈 보다 아래쪽으로 방울 흔들면/게을러져서 신이 화를 내신다.”
일본의 옛 기록에 나타난 굿판을 묘사한 글의 일부이다. 다른 기록에도 북소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무녀가 치는 북/아래위로 치는 재미/우리들도 참가하면/둥둥 쳐 울려라 둥둥 쳐 울려라/어디까지 북을 치면 멋진 그 소리가 끊기지 않을까.” 이렇듯 예나 지금이나 일본의 마츠리(祭)와 가구라(神樂)에서는 큰 북, 작은 북, 피리 등이 주요 악기로 사용된다.
일본에는 지역에 따라 성격이 다른 가구라나 마츠리가 많이 남아 있다. 음악과 춤을 신에게 바침으로써, 신을 즐겁게 한다는 가구라, 가마솥에 물을 끓여 그 물을 신에게 바치고, 제관을 비롯한 참관자들에게 끓는 물을 뿌려 정화시키는 마츠리, 각 지방으로 돌아다니면서 사자춤 등을 보여주고 걸립하면서 유랑하던 유랑 예능 집단의 가구라 등이다.
오키나와의 연중 마을 굿은 농사와 관련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어업, 사냥 따위의 관련된 굿도 있다. 어린이의 건강과, 자손 번창을 비는 의례, 바다로부터 오는 신을 맞아들여 항해의 안전과 풍어를 비는 운쟈미(海神祭), 풍년을 기원하는 푸리(豊年祭) 등 다양한 마을굿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풍년제나 해신제 같은 굿은 아직도 여러 마을에서 거행되고 있다.
풍년제에서는 당 앞마당에 마련된 가설무대에서 신에게 춤을 바친다. 타이코(太鼓) 같은 악기 반주에 맞추어 갖가지 춤을 춘다. 농사와 노동에 관련한 내용의 춤과 노래는 과연 남방에 왔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한국과는 기본부터 다른 것 같았다. 예능 바치는 일이 끝나 마을 사람들이 돌아가면 무당들은 유꾸이라는 이름의 음악과 춤을 당 앞마당에서 시작한다. 아가리부시(東節)라는 노래를 부르며, 두 손으로 하늘을 향해 뭔가 불러들이듯 춤을 춘다.
노래의 내용은 바다로부터 쌀과 조를 실은 배가 온다는 내용이다. 동쪽 바다 저 건너에 있는 풍요와 생명과 재생의 나라 니라스쿠에서 벼와 조의 혼을 불러들이는, 주술적인 춤을 통해 풍요를 비는 의식이다. 남자들이 징과 북을 치면서 노래를 부르면, 여자 무당들은 노래와 춤으로 간절히 풍요를 빈다. 도중에 반주가 틀리자 무녀 쯔카사가 대단히 노해서, 어찌 인간이 신에게 바치는 노래를 소홀히 할 수 있느냐고 노발대발해 다시 처음부터 시작했다. 신에게 대한 밤 인사 유꾸이가 끝나면 무당들은 밤새 향을 피우며 당에서 밤샘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