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무형문화유산의 생존에 기여하는 지역 중심의 기록화 작업
2003년에서 2004년, 필리핀 서(西) 민다나오 섬의 수바넨(Subanen) 공동체는 조상의 땅에서 자라는 식물에 대한 토착 지식을 혁신적인 방법으로 기록했다. 이 식물들은 의학적, 농업적, 경제적, 종교적 용도 측면에서 중요성을 갖는다.
이 지역 식물의 다양성(plant diversity)은 인구압력과 기후변화 때문에 줄어들고 있다. 노인들은 식물 다양성이 감소함에 따라 식물에 대한 지식 역시 줄어들고, 젊은 세대가 주류 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구전 토착지식이 더 이상 다음 세대에 전해지지 못한 채 결국 영원히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수바넨 지도자들은 토착 지식을 기록할 기술을 얻기 위해 외부 전문가를 초빙할 수 있도록 전문기관의 지원을 요청했다. 비문해자이기는 하지만 지식이 풍부한 공동체 지도자들은 관련 정보를 제공했고 글을 읽을 줄 아는 공동체의 젊은 구성원들은 기록자의 역할을 담당했다.
기록 작업의 결과물은 영어와 수바넨어로 멀티미디어나 다른 교육 자료 형태로 만들어졌다. 이 자료는 공식적으로 정부 저작권에 등록되어 공동체가 지적재산권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되었다. 현재 공동체의 교육 프로그램은 이 자료를 사용해 공동체의 문화를 학생에게 가르치고 있다. 또한 이는 조상의 언어로 읽고 쓰기를 원하는 성인들을 위한 교육 자료로도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자체 기록화 (self-documentation)는 구전 식물 지식을 보호하고 현재와 미래 세대가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성공적인 방법으로서 수바넨의 무형문화유산의 생명력을 고취시키는데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티오피아의 살아 있는 음악과 춤 전통을 기록하기 위한 4개년 계획 : 국가 종합무형 문화유산 목록
아프리카와 중동의 영향을 받은 약 80개 이상의 살아있는 언어와 고대 문화를 지닌 에티오피아는 놀랄 만한 다양성을 지닌 나라이다. 에티오피아의 독특한 지리적·경제적 배경에서 비롯된 오랜 고립과 교류의 시기에서 비롯된 이 다양성은 이 나라의 음악과 춤에 풍부하게 반영되어 있다.
실제로 에티오피아의 음악은 정통 기독교, 에티오피아 유대교, 이슬람 전통, 아프리카의 다성 표현물 및 악기 연주에서 생겨났다. 에티오피아 음악은 성악이 주요 구성요소이기는 하나 악기가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악기 중에는 구약시기부터 유래된 것도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으로는 리라 (lyre)의 일종인 바간나 (baganna)와 크라르 (krar), 바이올린과 비슷한 마센코 (masenqo), 카바로 (kabaro) 북, 플루트의 일종인 와신트 (washint) 등이 있다.
유네스코는 에티오피아 전역의 음악과 무용 전통을 수집하여 목록화하기 위해 4개년 계획을 시작했다. 에티오피아 무형문화유산의 모든 측면을 포괄하는 보다 종합적인 국가차원의 목록 작성 첫 단계로서, 이 사업은 지역의 역량을 강화하고 현존하는 실천과 전통을 기록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에티오피아 전문가들은 이 작업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아디스아바바 대학과 야레드 (Yared)음악 학교에 민족음악 강좌를 개설했다. 이 학교에서는 영어와 암하라어로 된 특별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음악과 춤의 목록 작성 훈련은 2006년, 수도에 있는 다양한 에티오피아 전통에 대한 연구인 아디스아바바의 음악 경관으로 시작되었다. 학생들은 여러 지역의 전통과 관습을 연구 하기 위해 현장에서 이미 활동하고 있던 유럽 전문가들과 함께 작업을 수행했다. 활동에는 남 에티오피아 마알 (Maale) 민족에 대한 연구, 징카 (Jinka) 마을에서의 남 오모 음악 연구 센터의 직원을 위한 다성 장비 사용 훈련 등이 포함되었다. 이 나라 전역의 수많은 연구소와 박물관들이 자신들의 특수한 여건에 적합한 훈련과 장비를 제공 받았다.
프로젝트가 마무리될 무렵, 에티오피아 국민들은 여러 영역에서 국가 무형문화유산 목록을 작성하는 훈련을 받았고, 동시에 중앙과 지방 당국이 무형문화유산의 중요성을 깨달아 에티오피아의 살아 있는 유산을 장기적으로 보호 하는데 직접적인 기여를 하게 되었다.
불가리아의 목록 작성 경험
불가리아에서는 국내적 차원에서 문화부 (국립민속위원회)와 불가리아 과학원의 민속연구소가 무형문화유산의 보호, 목록 작성, 증진을 책임지고 있다. 목록 작성은 2001년과 2002년에 진행되었다. 목록은 기존의 행정구역에 따라 국가와 지방 수준 두 가지를 만들었고 민족적·종교적 배경에 따라 영토 원칙과 분류 체계를 결합하였다. 이 두 가지가 통상 일치하기 때문이다. 목록 등재 기준은 진정성, 대표성, 예술적 가치, 생명력, 전통성 등이다. 무형문화유산 영역은 전통 의례, 축제, 전통 노래, 음악 연주, 전통 무용, 어린이 놀이, 전통 서사, 전통 공예, 전통 가내 수공업, 전통 의학이다. 전문가들이 만든 설문지를 행정 경로와 문화공동체센터 네트워크를 통해 전달하였고, 수집 자료는 전문가들이 분석했다. 목록의 제1판은 편집을 거쳐 온라인 게시되었다. 온라인상의 의견과 추가 현장 연구를 통합한 최종판은 인쇄물로 발간하고, 온라인을 통해 게시하였다. 오늘날 문화공동체센터 네트워크는 지역 문화정책부가 문화부와 함께 조정 역할을 맡고 있는데, 무형문화유산 분야에서 지식과 기술의 전수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